"성실히 참여함", "적극적으로 활동함". 이 문장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한 학기 세특에 이런 문장'만' 남아 있을 때입니다. 상투 표현은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라서, 기록을 읽는 사람에게 학생을 구별할 정보를 주지 못합니다.
내 세특이 그 상태인지 아닌지는 3분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법부터 말씀드리면, 세특 텍스트를 놓고 다섯 가지 신호를 세어보는 것입니다.
왜 많은 세특이 비슷해질까요.
세특은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이 쓰는 글입니다. 한 분이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 분량을 적습니다. 학생이 활동의 과정을 보여주는 재료(보고서, 발표, 소감문)를 남기지 않으면, 선생님 손에는 쓸 수 있는 문장이 "성실히 참여함"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투 표현이 많은 세특은 학생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록이 학생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어디가 비었는지 알면, 남은 준비도 정해집니다.
같은 실험도 기록은 두 가지로 남습니다.
예를 들어 화학 수업의 같은 중화 적정 실험이 학생에 따라 이렇게 적히기도 하고, 저렇게 적히기도 합니다.
A에는 활동의 이름만 있고, B에는 측정 방법, 오차를 다룬 과정, 이전 학습과의 연결이 있습니다. 두 문장의 차이는 학생의 실력 차이가 아니라, 선생님 손에 어떤 재료가 전달됐는가의 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B처럼 적히려면 변색 구간을 두 번 측정했다는 사실이 보고서나 소감문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다섯 가지 신호를 세어보면 됩니다.
생기부LAB 분석 엔진이 세특을 읽을 때 쓰는 신호는 다섯 가지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직접 세어볼 수 있습니다.
- 상투 표현: "성실히 참여", "적극적으로 활동", "바른 태도" 류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잦을수록 개별성이 낮습니다.
- 탐구 과정 어휘: 설계, 가설, 검증, 비교 분석, 도출 같은 말이 있는지. 활동의 '결과'만 있고 '과정'이 없으면 이 어휘가 비어 있습니다.
- 구체물 언급: 읽은 책의 제목, 측정한 수치, 만든 결과물의 이름이 기록에 남아 있는지.
- 활동 연결: "이를 계기로", "이전 활동에서 이어", "심화" 같은 연결 표현이 있는지. 없으면 활동들이 나열형으로 남습니다.
- 반복 문형: 같은 문장 틀이 학기마다 반복되는지.
한 학기 세특에서 1번만 많고 2~4번이 비어 있다면, 그게 위에서 말한 '그 문장만 남은 상태'입니다. 위의 예문으로 보면 A는 상투 표현 하나뿐이고, B에는 과정 어휘와 구체물과 연결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직접 세기 귀찮다면, 온도계에 붙여넣으면 됩니다.
이 다섯 신호를 자동으로 세는 무료 도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세특 온도계입니다. 나이스에서 세특을 복사해 붙여넣으면 3초 안에 다섯 신호를 측정해 기록의 온도를 보여줍니다.
입력한 세특은 저장되지 않습니다.
온도가 낮게 나왔다면, 그 지도로 면접을 준비하면 됩니다.
고3과 졸업생에게 기록은 이미 확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낮은 온도는 절망할 일이 아니라 면접 준비의 지도가 됩니다. 상투 표현만 남은 활동은, 기록에 적히지 않은 과정을 학생이 직접 말로 채워야 하는 자리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 과정 어휘가 비었다면: 그 활동을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 방법과 순서를 말로 정리해 둡니다.
- 구체물이 비었다면: 읽은 책, 다룬 수치, 만든 결과물의 이름을 기억에서 복원해 둡니다.
- 연결이 비었다면: 활동과 활동 사이를 이은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만들어 둡니다.
면접의 확인형 질문은 대부분 이 빈자리를 향합니다. 기록이 말하지 못한 것을 학생이 말하면, 빈 기록이 준비된 답변으로 바뀝니다.
"성실히 참여함" 뒤에는 대개 정말로 성실히 참여한 학생이 있습니다. 문장에 가려진 그 학생을 드러내는 일을 돕고 싶어서 이 도구들을 만듭니다.
기록 전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다면, 무료 미니 진단으로 시작해보셔도 됩니다.